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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을 오래 보다 보면 이상하게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그때는 다들 새롭다고 떠들던 테마가 몇 년 지나면 조용해지고, 반대로 그다지 주목받지 않던 산업이 어느 순간 시장의 중심에 서 있다. 그래서 2026년을 이야기할 때도 “다음에 뭐가 오를까”보다는 “앞으로도 계속 쓰일 게 뭘까”를 생각하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고 느낀다. 이 글은 정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런 고민 과정 자체를 정리한 기록에 가깝다.
미래산업 – 아직 미완성이지만 멈추기 어려운 흐름
미래산업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추상적으로 들린다. 하지만 실제 생활을 떠올려 보면 이미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번역 하나 하려면 검색을 여러 번 해야 했지만, 지금은 AI가 바로 문장을 만들어준다.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는 사람보다 기계가 더 많이 움직이고 있고, 의료 현장에서도 데이터 기반 진단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런 산업들의 공통점은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실망도 크고, 주가도 자주 흔들린다. 어떤 시기에는 기대가 과해 거품이라는 말을 듣고, 또 어떤 시기에는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외면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과 인재가 계속 몰리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 흐름이 멈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계속 언급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실적이 좋아서라기보다, 현재 AI 구조에서 빠질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항상 논란의 중심에 있지만, 전기차를 넘어 자율주행과 에너지까지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래산업의 한복판에 서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이미 규모와 생산 능력을 만들어 놓은 기업이 시간이 갈수록 다시 평가받는 흐름이 자주 보인다.
기술주 – 기술 그 자체보다 ‘버는 방식’을 봐야 할 시점
기술주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역이다. 다만 예전과는 기준이 꽤 달라졌다. 한때는 기술 설명만 들어도 주가가 움직였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돈이 돌지 않으면 시장은 금방 관심을 거둔다.
그래서 2026년을 바라보는 기술주는 “얼마나 혁신적인가”보다 “이미 어떻게 벌고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다. 마이크로소프트를 보면 알 수 있다. AI를 새 사업처럼 요란하게 내세우기보다는, 기존 제품에 자연스럽게 얹어버렸다. 사용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 구조가 더 단단해졌다.
TSMC 역시 비슷하다. 소비자에게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반도체 산업 안에서는 대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됐다. 삼성전자도 주가 흐름과는 별개로 산업 구조 안에서는 여전히 핵심 축을 맡고 있다. 이런 기업들의 공통점은 기술이 아니라 구조다. 한 번 자리를 잡은 구조는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성장주 – 느리고 답답해도 결국 남는 선택
성장주는 솔직히 말하면 답답하다.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지 않고, 중간에 흔들릴 때도 많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중간에 포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다시 이름이 나오는 기업들이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계속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항상 비싸다는 말을 듣지만, 유통과 클라우드라는 두 축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넷플릭스 역시 위기론이 반복됐지만, 콘텐츠 소비 방식을 바꿔버린 기업이라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화려한 주가 흐름은 없더라도, 사업 확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에서 성장주로 자주 언급된다.
성장주는 확신의 투자라기보다 인내에 가깝다. 대신 시간을 견디면 남는 경우가 많다.
결론
2026년을 준비하는 투자는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오히려 크게 틀리지 않는 선택을 반복하는 과정에 가깝다. 미래산업은 방향을 보고, 기술주는 구조를 보고, 성장주는 시간을 본다. 이 세 가지를 함께 고민하면 적어도 “왜 이 주식을 샀는지 모르는 상황”은 줄어든다. 결국 시장에서 오래 남는 것은 가장 빠른 기업이 아니라, 가장 오래 필요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