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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장을 오래 보다 보면 느끼는 게 있다. 매년 새로운 테마는 등장하지만, 끝까지 살아남는 산업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점이다. 2026년을 바라보는 지금 시점에서도 비슷하다. 단기 이슈는 수없이 바뀌지만,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분야는 여전히 한정적이다.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AI, 2차전지, 바이오가 그런 영역에 속한다. 이미 한 차례씩 크게 주목받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저평가되기도 하지만, 그래서 다시 차분히 볼 필요가 있다.
AI, 이미 시작됐고 계속 확장되는 흐름
AI 이야기를 하면 여전히 ‘미래 산업’이라는 표현이 따라붙지만, 실제 현장은 그렇지 않다. 이미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 개선을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이 흐름은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 산업 구조에서는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경쟁력 자체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쯤 되면 AI는 특정 서비스의 차별화 요소라기보다, 전기나 인터넷처럼 기본 인프라에 가까운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건 화려한 기능이 아니라, AI가 돌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을 누가 쥐고 있느냐다. 한국 시장에서는 이 질문이 곧 반도체와 데이터 처리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삼성전자는 여전히 중심에 있는 기업이다. 단기 주가 흐름과는 별개로, AI 서버용 메모리와 파운드리라는 구조적인 위치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AI 서버에 필수적인 고대역폭 메모리 분야에서 존재감이 분명하다. AI 수요가 늘어날수록 자연스럽게 이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기업이다. 한편 네이버는 조금 다른 결이다. AI 기술을 단순 연구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서비스에 녹여내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시장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에 가깝다.
2차전지, 기대가 빠진 자리에서 다시 보는 산업
2차전지 산업은 한동안 너무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래서 최근 들어 실망감도 함께 따라붙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산업을 조금 떨어져서 볼 필요가 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될 수는 있어도, 에너지 저장과 친환경 정책이라는 큰 방향 자체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2026년을 기준으로 보면 2차전지는 고성장 산업이라기보다 선별의 산업에 가깝다. 누구나 성장하는 구간은 지났고, 이제는 기술력과 자금력, 고객사를 갖춘 기업들만 남는 과정이다. 이런 국면에서는 오히려 변동성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관계를 이미 구축해 놓았다는 점에서 안정적인 축에 속한다. 삼성SDI는 대중적인 관심은 덜하지만, 고부가 배터리 중심 전략이 장기적으로는 강점이 될 수 있다. 소재 쪽에서는 여전히 에코프로비엠이 빠지지 않는다. 배터리 산업이 유지되는 한, 핵심 소재의 중요성은 쉽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바이오, 빠르진 않지만 사라지지 않는 분야
바이오 산업은 투자자에게 늘 어렵다. 성과는 느리고, 과정은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이 계속 언급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의료 수요는 경기와 상관없이 존재하고, 고령화는 앞으로 더 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바이오 산업의 변화는 이전보다 현실적이다. 과거처럼 신약 하나에 모든 기대를 거는 구조에서 벗어나, 위탁생산이나 바이오시밀러처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 변화가 반갑게 느껴질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단순한 바이오 테마주가 아니라 글로벌 생산 파트너에 가깝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여전히 핵심 기업으로 언급된다. 여기에 한미약품은 단기 주가 흐름과 별개로 연구 역량과 파이프라인 측면에서 꾸준히 평가받는 기업이다.
결론
2026년을 기준으로 한국 주식 시장을 본다면 AI, 2차전지, 바이오는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다. 다만 예전처럼 빠른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얼마나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산업인가를 기준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테마는 바뀌어도 산업은 남는다. 그 산업 안에서 중심을 지키는 기업을 찾는 과정이 지금 시점에서 더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