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성인 비만율이 10년 전 25%에서 2024년 33.3%로 30.8% 증가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저도 업무 스트레스로 체중이 급격히 늘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당시엔 단순히 제 의지가 약해서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만은 개인의 나태함이 아니라 수면 부족,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대사질환이었습니다.
한 청년의 사례를 통해 비만이 왜 발생하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데이터와 함께 살펴봤습니다.
수면 부족이 만드는 가짜 배고픔

영진 씨는 새벽 3시에 잠들어 낮 12시에 일어나는 불규칙한 수면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체질량지수(BMI) 33으로 2단계 비만 판정을 받았는데, 김범택 교수는 첫 진료에서 수면 습관부터 집중적으로 물었습니다. 여기서 BMI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됩니다.
늦은 수면은 식욕 조절 호르몬 두 가지를 교란시킵니다.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은 급격히 증가하고, 포만감 호르몬인 렙틴(Leptin)은 감소합니다. 쉽게 말해 실제로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뇌가 착각해서 계속 음식을 찾게 되는 겁니다. 저도 퇴근 후 보상심리로 새벽까지 스마트폰을 보다가 라면을 끓여 먹었던 경험이 있는데, 다음 날이면 늘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성장 호르몬도 문제입니다. 성인에게 성장 호르몬은 지방 분해와 근육 합성을 담당하는데, 숙면 시간에 가장 많이 분비됩니다. 하지만 늦게 자면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같은 음식을 먹어도 지방으로 축적되기 쉽습니다. 영진 씨의 모발 검사 결과, 세포 내 칼슘 농도가 정상의 3배였습니다. 이는 세포가 '게을러진' 상태로, 에너지 대사 효율이 정상인의 3분의 1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부르는 야식 중독
영진 씨는 구직 스트레스로 라면, 과자, 콜라를 집에 가득 쌓아두고 살았습니다. 먹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손이 갔던 이유는 코티솔(Cortisol) 때문입니다. 코티솔은 스트레스를 견디게 해주는 호르몬인데, 문제는 이 호르몬이 입맛을 올린다는 점입니다.
만성 스트레스 상태에서 코티솔이 계속 분비되면 우리 몸은 도파민을 얻기 위해 단 음식,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찾게 됩니다. 이런 음식들은 일시적으로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주지만, 고열량 식품과 결합하면 체중이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저도 업무 스트레스로 힘들 때 가짜 배고픔이 찾아왔고, 나도 모르게 야식을 먹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했던 적이 있습니다.
김범택 교수는 영진 씨에게 세 가지 미션을 줬습니다.
- 아침 일찍 일어나기
- 라면 끊기
- 매일 정해진 시간에 15분 걷기
거창한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작은 성공을 만들어 스스로 변화의 동력을 얻게 하려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5%만 체중을 감소시켜도 대사 이상의 대부분이 교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대한비만학회).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의 조건

영진 씨는 과거 3일간 단백질 쉐이크만 먹다가 폭식으로 실패했고, 닭가슴살 다이어트도 얼마 못 가 포기했습니다. 무리한 식단 제한은 장기적으로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김범택 교수는 모발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영진 씨에게 맞춤형 식단을 처방했습니다.
영진 씨는 '낮은 대사형'이었습니다. 세포가 칼슘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해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는 체질입니다. 이런 경우 단백질 섭취가 오히려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갈비나 삼겹살 같은 고지방 육류는 피하고, 흰살 생선(광어, 우럭)이나 살코기 위주로 먹어야 합니다.
탄수화물도 완전히 끊으면 안 됩니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근육이 분해되고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있습니다. 김 교수는 '팔도유람 식사법'을 권장했는데, 밥 한 숟가락을 뜬 후 식판의 모든 반찬을 한 번씩 돌아가며 먹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씹는 횟수가 늘어나 포만감이 빨리 오고, 식사 시간도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운동도 강도보다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고강도 운동은 칼로리를 많이 소모하지만 식욕도 그만큼 올라가 다이어트엔 불리합니다. 지방은 저강도 운동에서 가장 잘 분해되므로, 매일 정해진 시간에 슬슬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영진 씨는 매일 오전 같은 시간에 15분씩 걷기 시작했고, 2주마다 5분씩 늘려가기로 했습니다.
저도 영상을 보고 난 후 최대한 푹 자고 에너지를 비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면만 개선해도 가짜 배고픔이 줄어들고, 지방 연소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입니다.
비만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병입니다. 무조건 굶거나 극단적인 식단을 따르는 대신, 내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지속 가능한 습관을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5%만 체중을 줄여도 몸에선 기적이 일어납니다. 작은 성공이 쌓여 습관이 되면, 망하는 다이어트를 막을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는 단기간에 끝나는 이벤트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평생 관리해야 할 건강 과제입니다. 거창한 목표보다 오늘 하루 라면 대신 한식을 선택하고, 15분 걷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 보시길 권합니다.